"어느 날 나는 나의 영혼을 견딜 수 없었다"
젊은 시인들은 지금도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김수영을 쓰고 있다. 2012년 <구관조 씻기기>로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한 황인찬의 신작. 아이돌 스타와 만화 주인공과 개와 연인들. '이카리 신지'의 포즈로 종로거리를 거닐면서도 그들은 여전히 대결중이다. '시를 쓰는 자신의 영혼을 견딜 수 없어 하는 젊은이, 동시에 시라는 아이를 너무나 좋아해 버린 시인' 그들은 눙치고 삭이며 여전히 시를 읊는다.
"내가 잘못했어요 잘할 수도 있는데 안 그랬어요 / 잘할 수도 있지만 잘못하기로 했어요 그냥 멍 짖어요" (멍하면 멍 中)하는 태도로, 한편으론 "너는 이제 거의 시인처럼 보인다 너는 슬픔이 인생의 친척임을 인정하지 않는다" (너는 이제 시인처럼 보인다 中)하는 태도로. 젊은 김수영들은 그렇게 이 시간을, 아무 것도 또렷해지지 않는 때를 걸어갈 것이다. 아름답고 외롭고 슬프고 박력있는 세계에서, 패배한 채 떠돌면서도 계속 걸어갈 것이다.
- 시 MD 김효선 (2015.10.02)