"<시와 산책> 한정원의 시, 극"
커피에서 시작해 음악까지 이어질 끝말잇기를 아름다운 책꼴에 실어 안정적으로 이어온, '말들의 흐름' 시리즈의 출판사 시간의흐름이 시인선 시리즈를 시작한다. 시인, 소설가, 미술가, 사진가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작업을 해온 작가가 참여할 예정인 이 시리즈의 첫 권으로 <시와 산책>으로 '말들의 흐름' 끝말잇기에 참여한 한정원의 시집이 출간되었다.
총 스물여덟 개의 막(幕)으로 이루어진 시극이 펼쳐진다. 거친 바람소리, 암전, 다시 밝아지는 무대. 소년과 소녀는 말을 쌓으며 서로를 부른다. 그 이름은 오늘은 영이고. 내일은 일이고. 모레는 이고. 글피는 삼이겠지만 언젠가 백이 되고. 흑이 되고. 흙이 될 것이다. 노파가 되고 귀신이 되고 꿈이 되는 말이 펼쳐지는 얼음 극장을 상상해 본다. 몇 차례의 암전이 이어진다. 얼음 위를 걷거나 얼음 밑에 살거나, 그 꿈은 기어코 아름다울 것이다.
- 시 MD 김효선 (2023.02.07)